오늘도 회사에서 회의가 있었다.
별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.
언제나처럼 누군가가 말을 많이 하고,
누군가는 그 말에 맞장구치고,
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.
회의 끝나고, 동료가 내게 말했다.
“과장님은 왜 회의 때 말 안 하세요?
의견 내셔도 좋을 것 같은데…”
나는 웃었다.
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.
그냥,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.
사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다.
겉으로는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,
속으로는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게 불편하다.
단체 회식은 피곤하고,
잡담은 어색하고,
소위 ‘관계 유지용’ 대화조차 나에겐 큰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.
그냥… 말을 아끼는 것뿐이다.
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느낀 건,
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게 ‘능력’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.
눈치 빠르고,
윗사람에게 센스 있게 리액션하고,
적당히 자기 의견도 어필하면서 유쾌하게 분위기 띄우는 사람들.
그런 사람들은
실제로 능력보다 ‘관계 능력’으로
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처럼 보였다.
그에 비해 나는
묵묵히 일만 한다.
성과는 있지만, 존재감은 크지 않다.
때때로 그런 생각을 한다.
‘내가 말 잘하고 사교적인 사람이었다면,
지금보다 더 인정받고, 더 많은 걸 가졌을까?’
하지만 그건 결국 나답지 않은 방식이었다.
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무게를 지는 일.
나는 나대로 이 자리까지 왔다.
비교는 되지만, 후회는 하지 않는다.
다만, 내 성향이 이 회사라는 공간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.
40대가 되면 인간관계가 편해질 줄 알았다.
하지만 아니다.
오히려 더 복잡해지고, 더 피곤해진다.
상사는 내 의견보다 태도를 본다.
후배는 친근함보다 ‘케미’를 원한다.
심지어 사장님은 요즘 누가 말을 잘하나만 챙겨보는 느낌이다.
그 사이에서 난 여전히 말이 없다.
그래서, 점점 나의 가치가 흐려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.
요즘은 퇴근 후에도 사람들과 연락을 잘 안 한다.
가끔 연락 오는 거래처 사람들이 있지만,
"나중에 보자"는 말만 하고 미룬 지 오래다.
사람을 피하는 건 아닌데,
사람에게서 회복하기도 어렵다.
이런 내가 회사라는 조직 안에 있다는 것,
그리고 10년 넘게 이렇게 일 하고 있는 것,
사실 스스로도 신기할 때가 많다.
하지만 갈수록 확신이 든다.
나는 회사와 잘 맞는 성격이 아니다.
특히 ‘사람들과 부딪치며 만들어가는 일’이
많은 요즘 같은 조직 문화 속에서는 더더욱.
그래서 퇴사를 꿈꾼다.
사람에게 소모되지 않는 삶.
내 페이스대로 일하고,
관계보다 결과로 평가받는 일.
그런 삶을 살고 싶다.
아직은 시작하지 못했지만,
오늘도 조용히, 내 안에서 다짐하고 있다.